80's Pop

[마지막 포스팅] Triumph - Never Surrender

팝스포유 2012. 12. 20. 10:05




박근혜 대통령 당선.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최초의 과반수 획득 대통령....화려한 수식어가 많네요.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거의 전지역에서 승리했으니 완승이라고 해야겠죠?


그렇지만 어떡하죠? 저는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ㅜㅜ

물론 제가 응원했던 후보는 중도에 사퇴하는 바람에 누가 되어도 제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은 아니었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와 민주화가 한참 후퇴되었는데 이제 그보다 더 강한 보수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었으니

역사 후퇴는 기정사실화 되었다고 봐야겠죠. 박근혜 당선자 주변 인물을 보면 이를 의심할 여지가 없네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국민이 선택한 것이니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요? 답답하고 막막하네요.


잠시 제 얘기를 할게요.

제 블로그는 '80's Pop' 팝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어요. 당연히 80년대 팝 음악을 사랑해서 만들었구요.

그런데 저의 팝 음악 역사는 사실 80년대에 끝이 났다고 하면 맞는 표현일 듯 하네요.

이유는 9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하면서 팝 음악을 들을 기회가 아주 적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기를 쓰고 공부했던 이유는 우습게도 '데모'를 위해서였어요.

어린 나이에도 세상은 불공평해 보였고 소위 '민주'를 외치는 대학생들의 모습에 피가 끓었기 때문이었죠.

결국 대학 1학년 시절부터 학과-단과대-총학으로 옮아가면서 저의 대학 시절은 소위 '운동권'의 길이었죠.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로 규정했고 저 역시 철저한 '반미' 사상에 젖어 있었어요.

가끔 집회 사회를 볼 때 저는 '미국이 싫어 전공(영어영문학) 공부를 소홀히 합니다'라고 우스개 소리도 했어요^^

거기에 '팝 음악'을 듣는 것 마저 포기 ... 90년대 팝 음악은 제가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저는 두 가지 부채의식이 있어요. 하나는 386 운동권 선배에 대한 부채의식, 또 하나는 호남사람에 대한 부채의식.

어둡고 길기만 했던 군사독재로부터 직선제를 이끌어낸 386 운동권 선배들의 피와 땀을 생각하면

그 선배들의 숭고한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는 당시 운동권 학생으로서의 자괴감이 저를 힘들게 했어요.

나름 열심히 투쟁하며 훈장도 달았지만 언제나 부족하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전대협 선배 중에 송갑석 의장님을 가장 좋아합니다. 다른 의장 출신들은 다들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유독 송갑석 의장님은 여전히 뱃지를 달지 못하고 있네요. 그 분의 따스한 손길은 여전히 잊혀지지가 않네요.


호남사람 ...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왠지 '멍에'로 여겨지기도 하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

그들의 민주화에 대한 고독한 열망은 미안하기까지 하죠.

이전 '노무현' 전대통령 때에도 그랬고 이번 '문재인' 후보에게도 보내준 절대적 지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멀리 '광주민주화운동'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전략적 투표는 항상 가슴이 아픕니다.

분명 노무현-문재인 두 분은 대척점에 있는 부산 출신임에도 이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내주었는데

현실적으로 호남은 인구 구성으로나 발전 정도 면에서 힘이 없는 지역이기에 항상 눈길이 가게 되네요.

개인적으로 부산과 충청도에 연고가 있는 저로서는 이들의 소외감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언제나 미안함이 있어요.

그래서 일까요? 호남 출신 친구들이 많은 편이고 그들 덕택에 해태(기아) 타이거즈 팬이기도 하구요. 


말이 길어졌네요. 앞으로 5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한때 '동지'라고 불렀던 친구와 어제 밤에 장시간 통화를 했어요.

이제 월급쟁이 청산하고 재야 단체로 들어가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어요.

당장 결행할지 말지 모르겠지만 저도 나름 편안하고 안정된 이 샐러리맨은 그만둘 때가 된 것 같아요.

5년간 외국에 나갈까 아니면 재야 단체가 받아준다면 다시 투쟁의 길로 가야할까 고민이 되네요.


저는 수구세력이 민주화를 후퇴시킨다면 절대 굴하지 않고 투쟁으로 결연히 맞설 것을 선언합니다!!!


오늘로서 티스토리 포스팅을 끝내려고 하네요

항상 댓글로 응원해 주셨던 이스크라, 생기똥산, 라피르, 어거스트 8월, 글리체 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댓글은 달지 않으셨어도 자주 제 블로그에 들러주신 이름 모를 분들께도 역시 감사를 전합니다.

(물론 완전히 끝내는 건 아니지만 꽤 긴 시간 동안 새로운 포스팅은 없을 거예요 ㅜㅜ)


어제 본 영화 <레미제라블>에 대한 감상평과 야심차게 준비했던 락 밴드의 크리스마스 송 시리즈를

포스팅 하지 못하게 되어 못내 아쉽네요. 정말 눈물 나도록 속상합니다.